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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독서 후기] 윤이형-붕대감기 를 읽고!

1번여행자 2020. 6. 9. 10:11

윤이형 - 붕대 감기

 

평점 ★★★★☆

완독일 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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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해하고 싶었어, 너의 그 단호함을, 너의 편협함까지도.

제5회, 제6회 젊은작가상, 제5회 문지문학상, 2019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윤이형의 소설 『붕대 감기』. 소수자의 감각과 서사에 끈기 있게 천착해온 저자의 자각과 다짐의 연장선상에 있는 소설로서, 우정이라는 관계 안에서 휘몰아치는 복잡하고 내밀한 감정들을 첨예한 문제의식과 섬세한 문체로 묘파하며 저자가 현재 몰두하는 여성 서사라는 화두를 가장 적실하게 그려 보인 작품 가운데 하나다.

소설에서는 계층, 학력, 나이, 직업 등이 모두 다른 다양한 여성들의 개별적인 서사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불법촬영 동영상 피해자였던 친구를 보고도 도움을 주지 못했던 미용사 지현, 영화 홍보기획사에 다니는 워킹맘이자 의식불명에 빠진 아들 서균을 둔 은정, 그런 서균과 한반인 딸 율아의 엄마 진경, 진경의 절친한 친구이자 출판기획자인 세연 등 바톤터치를 하듯 연결되는 이들 각자의 사연은 개인의 상처에서 나아가 사각지대에 자리한 우리 사회의 환부에까지 가 닿는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저자 소개

윤이형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2005년 중앙신인문학상에 단편소설 「검은 불가사리」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4년, 2015년 젊은작가상, 2015년 문지문학상, 2019년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소설집 『셋을 위한 왈츠』, 『큰 늑대 파랑』, 『러브 레플리카』, 『작은마음동호회』, 중편소설 『개인적 기억』, 『붕대 감기』, 청소년소설 『졸업』, 로맨스소설 『설랑』 등이 있다. 『큰 늑대 파랑』은 2008년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도서출판 작가)에 올해의 선정작으로 수록되었다.

[예스24제공]

 


 

이번 개인 독서도 아니나 다를까 소설~ㅎㅎ^^; 요새 왜이렇게 소설집이 좋은지.. 아무래도 피곤하다 보니 가볍게 읽기(?)좋은 소설 위주로 읽게 되는 것 같다. '붕대감기'는 YES24북클럽에 베스트로 올라와있어서 아무 생각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여성주의 소설이였다. 사실 그간 여성주의 소설을 읽어오면서 나랑 안맞는 부분도 가끔 있었다. (글쎄 이게 나도 모르는 스스로에 대한 검열의 잔존인지는 모르겠다...)

 

예를 들어, 나는 네일아트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사실 네일을 남들한테 보여주려고 한다기 보단, 내가 좋아하는 색 조합을 항상 볼 수 있는 게 기분이 너무 좋아서 한다. 가끔 길을 걷다가도 내가 좋아하는 색들이 내 손위에 얹혀져 있는 게 좋아서 그냥 기분이 좋아지곤 할 정도로. 사실 그런 이유로 타투도 하고싶지만, 자주 질리는 내 성격상 한달에 한번 바꿀 수 있는 네일로 아직은 만족이 되어, 이렇게 살고 있다. 

 

하지만 얼마전 모 커뮤니티에서 본 글은 충격적이였는데, '그 작은 손톱 위에 보석을 박아 넣은 게 너무 기괴하고 역겹다. 네일 한 사람은 거른다' 뭐 이런 느낌의 글들이였고, 반응은 폭발적이였다. 그리고 말그대로 나는 충격을 받았다.

 

또다른 방식으로 내가 검열되고 옥죄이는 느낌. 얼마전 설국열차에서 봤던 그 느낌이였다. 여성에 대한 압박 자체를 벗어버리는 것이아니라, 결국 우리사이 혁명이라는 것이 또다른 얼굴로 바뀔 뿐 여전히 존재하는 그런 것인가에 대한 환멸이 들었다.

 

그리고 결국 내가 가고 싶은, 내가 말하고 싶은 페미니즘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이때까지 여러 여성주의,페미니즘에 관련된 책을 읽었지만 마음이 심하게 기우는,동요하는 책은 없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정말 마음이 동요되는 단락을 찾아서 공유한다.

 

사랑하는 딸, 너는 네가 되렴. 너는 분명히 아주 강하고 당당하고 용감한 사람이 될 거고 엄마는 온 힘을 다해 그걸 응원해줄 거란다. 하지만 엄마는 네가 약한 여자를, 너만큼 당당하지 못한 여자를, 외로움을 자주 느끼는 여자를, 겁이 많고 감정이 풍부해서 자주 우는 여자를,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를, 결점이 많고 가끔씩 잘못된 선택을 하는 여자를, 그저 평범한 여자를, 그런 이유들로 인해 미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네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나도 나는 너를 변함없이 사랑할 거란다.

 

이 문장이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 그 외 밑줄 그은 부분과 나의 생각들

 

타인들을 향해 자신의 취향을 드러냈다가 머쓱해지는 일이 해미에게는 종종 일어났다.

 나는 책 선물이 어려운 편이다. 점점 어려워 진다. 예전에는 책 선물을 정말 간단히 했는데, 책을 좋아하면 할수록 그리고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다른 무엇도 아닌 책을 선물한다는 일이 힘들어진다. 책이야말로 정말 내밀하고도 직설적인 나의 취향이니까. 새로운 세계, 그리고 오롯한 개인의 취향을 누군가에게 추천해준다는게 사실 나의 헐벗은 세계의 일부를 내보이는 것 같고,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세계가 선물을 받은 사람과 맞지 않는다면 얼마나 머쓱할지 알기에 어쩐지 점점 나에게는 책을 선물하는 일이 힘들어져버렸다.

 


 

엄지발가락의 두 물집이 터져버린것보다도, 이렇게 작은 상처도 상처라는 것이, 그것이 아프다고 느껴진다는 것이 신기했다. 몸의 신경들이 깨어있고 자신에게 무엇이든 조치를 좀 취하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낯설었고,이상했고,무시해버리고 싶기도 했다.

 한번씩은 '건강'이 너무나 당연히 느껴질때가 있다. 결국은 모든일도 신체의 건강함과 체력이 있어줘야 가능한 일인데 어느 순간 온전히 좋은 체력과 몸이 너무나 디폴트가 된 듯이 행동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래서 언젠가부턴 체력이 좋아서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에 대한 감사보단, 어쩌다 한번 아프거나 체력이 모자라서 내가 원했던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할때 나의 몸을 짐짝처럼 느끼게 되었다. 시간과 성과가 곧 자본이고, 자본으로 나의 자리를 형성하는 이 사회에서 나는 나의 몸도 기계처럼 생각하게 되었다. 이 문장을 읽고 쓴웃음이 났다.  언제부터 나는 나를 값으로 매기고, 나의 건강을 헐값에 팔아 넘기고 나를 끼워맞추게 되었을까.

 


이 거대한 산업의 어디까지가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고, 어디서부터가 여성을 아름다움에 억지로 묶어 자유를 빼앗는 일일까. 지현은 구분할 수가 없었다

왜 이렇게 많은 여자들이 함께 온 남자친구의 허락을 받아야 긴머리를 짧게 자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지현 -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헤어디자이너 페미니스트)

 

 


속이 시커멓고 바닥이 빤해 보이는 인간들이 몇몇 두드러져서, 그런 인간들에게 대꾸를 해주지 말고 잘라버리라고, 상대를 해주니까 그자들이 자꾸만 지분거리는 게 아니냐고 말하고도 싶었지만, 책에서 읽은 바에 의하면 그것은 '여성혐오'내지는 '피해자 비난'에 해당하는 행동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어 생각을 고쳐먹었다. 나도 그렇게 당했던 일을 젊은 사람에게 또 되돌려주면 되나. 윤슬은 침묵을 지켰다.

 


 

너는 가끔 사람들의 눈앞에서 문을 꽝꽝 소리 나게 닫아버리잖아.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사람들이 따르지 않기 때문에 말이야. 그럴 때마다 말하고 싶었어. 꼭 그렇게까지 해야해? 좀 기다려줄 순 없는 거니? 모두가 애써서 살고 있잖아. 너와 똑같은 속도로, 같은 방향으로 변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의 삶이 전부 다 잘못된 거야? 너는 그 사람들처럼, 나처럼 될까 봐 두려운 거지. 왜 걱정하는 거니, 너는 자유롭고, 우리처럼 되지 않을 텐데. 너는 너의 삶을 잘 살 거고 나는 너의 삶을 응원할 거고 우린 그저 다른 선택을 했을 뿐인데..

 

 


 

같아지겠다는 게 아니고 상처받을 준비가 됐다는 거야, 진경이 중얼거렸다. 다른 사람들이 아니고 너한테는,나는 상처받고, 배울 준비가 됐다고

 나는 어느 순간부터 나와 너무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과의 대화자체를 피하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너무나도 공감받고 싶어하고 이해받고 싶어하는 인간이였다. 하지만 반대로 나에겐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은연중에 멀리했다. 내가 그렇게 까지 힘들었던 이유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건 나도 모르게 같아지려 해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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